제정 러시아의 지식인들은 역사와 역사철학에 대해 집착이라 할 정도의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급진적 인텔리겐찌야는 일찍부터 역사의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자임했으며 러시아혁명과 공산주의 정권의 탄생은 그들의 입장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는 듯 했다. 하지만 1989년부터 가시화 된 세계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는 그들의 꿈이 허황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음을 드러냈으며 러시아 사회는 다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탈공산주의 체제변환기의 혼란과 고통 속의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 시절에 금기시 되었던 역사철학적 질문들이 다시 쏟아져 나오며 인텔리겐찌야의 존재이유에 대한 반성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강의에서는 제정러시아에서 인텔리겐찌야의 역사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을 몇 가지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며, 역사의 전개과정에 지식인들의 의식적 노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가능성이 어떤 것이고 한계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러시아의 역사적 자의식은 유럽이라는 타자를 의식하기 시작 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