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현대화시키기 위하여 박은식은 양명학에서 그 길을 찾았으며 정인보는 주자학이 지배 이념이 된 조선시대를 허위와 가식의 역사로 규정하고 양명학의 양지에 입각한 실심을 강조하였다. 이 강의는 앞의 두 양명학자의 견해를 수용하면서 주자학과 다른 양명학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자학은 세계를 정태적 분석적인 눈으로 보는데 비하여 양명학은 역동적 합일적인 견지에서 본다. 주자학은 도덕의 주체를 본성[성즉리]으로 보는데 반하여 양명학은 본심[심즉리]으로 파악한다. 이것이 바로 양지이다. 주자학은 양지를 천리를 잘 알 수 있는 지각정도로 간주하는데 비해 양명학은 양지를 선천적인 도덕원리인 천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양지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의 것으로 느끼는 생명이 감통하는 도덕적 주체이다. 그것은 타인을 대상화하여 지각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대상화 하는 순간 주객이 나누어지고 간격이 생긴다. 여기서 이기심이 발동하여 타인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간주하게 된다. 양명학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이기심을 현실생활에서 극복하여 도덕적 주체인 양지를 실현하는 치양지 공부를 중시한다. 치양지는 지행합일의 다른 표현이다. 행위하는 역동적인 현실속에서 양지가 실현되는 것이 바로 지행합일이요 치양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음의 본체인 양지가 현실의 공부를 통하여 드러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양명은 사구교를 통하여 자기의 철학을 요약하였다. 양명후학은 본체와 공부의 문제에서 여러 가지 해석을 하여 다양한 견해를 제출하였다. 조선시대 양명학을 공부한 하곡 정제두는 중국과 다른 양지체용론을 제출하여 실심실학을 창조하였고 그것이 하곡학파로 250여년간 이어져 정인보에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