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자신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이 같은 자신에 대한 성찰은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는 한국의 중요한 문화 전통 속에서도 확인된다. 오랜 역사를 통하여 축적되고 재창출된 이 문화 전통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도 가늠한다.
문화인류학은 역사적으로 식민 지배자의 식민지 통치를 위한 ‘타자’의 연구에서 비롯한다. 이제 식민지는 소멸되었으나, ‘타자’에 대한 연구는 곧 ‘자신’에 대한 성찰로 확장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타자에 대한 민족지는 곧 자신에 대한 민족지가 된 것이다.
타자와 자기는 ‘홀로와 더불어’ 속에서 ‘사람들의 숲’을 이루고 산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질서를 요구한다. 그 질서를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나는 문화문법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사회는 “대대문화문법”이 지배한다고 이해한다. 이것은 성찰적 민족지를 통하여 도달한 결론이다.
이 강좌를 통하여 나는 한국 사회의 문화 전통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편’을 펼쳐 보려 한다. 문화전통을 왜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전통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고 나아가 급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문화 전통을 논의하는 일은 현실과 긴장이 느껴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반대이며 오히려 이 시점에 시의성 있다고 이야기하려 한다.